팍스: 로마 황금시대의 전쟁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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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이루기 위해 백 만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면 이를 평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답변은 ‘그렇다’이다. 심지어 그 시대를 살아간 당사자들조차 그렇게 증언했다. 로마 제국이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기인 오현제의 시대, 제국은 평화롭다고 일컬어졌으나 실은 파괴적인 불안정 위에 서 있었다.

황제는 제국 전체를 통솔하며 유일무이한 절대자이자 중재자로 군림했다. 군단은 제국의 국경을 지키며 문명과 야만을 분리했다. 제국 속주는 전례없이 번영했고, 로마의 엘리트는 주어진 특권에 만족했다. 서민 역시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다. 노예조차 해방과 신분 상승의 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평화의 이면은 위태롭고도 잔혹했다. 노예는 말하는 가축이었다. 서민은 생존 그 자체를 위한 투쟁에 쉴 틈이 없었다. 로마가 설정한 한계선을 넘어서 운신을 꾀한 제국 속주는 멸망과 학살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제국 엘리트의 특권은 오로지 황제의 관용에 의지할 뿐, 숙청과 처형은 끝이 없었다. 절대자로 보이는 황제조차도 군단의 환심을 사지 않으면 찢겨져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러니 이 시대의 평화란 무엇이었는가? 제국과 문명과 지킨다는 군단의 과시적 힘을 전세계에 끝없이 투사함으로서 유지될 수 있었다. 타키투스가 말했듯이, 그들은 모조리 파괴하고서 이를 평화라 불렀다.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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