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분기 영상물 리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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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쇼다유

매끄럽고도 단순한 이야기가 끝날 때쯤 짧은 생각에 잠겼다. 인간의 도리란 무엇인지,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 끝내 지켜야만 하는 바는 무엇인지를 생각한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햅번이 기타를 치며 Moon river를 부른다. 기타가 나오는 장면은, 기타를 치는 장면은 단 한 장면 뿐이다. 하지만 기타는 마지막까지 그와 함께 한다. 손 닿지 않는 택시 앞 자리에 두었기에 버릴 수 없던걸까? 삶의 닻을 생각해보았다.

만춘

이 유명한 영화를 보고 나서 떠오르는 장면은 단 몇 장면 뿐이다. 자전거를 타는 남녀. 재혼하겠다는 아버지의 미묘한 표정. 사과를 채 다 깎지 못하며 고개를 묻는 장면. 마치 내가 그들의 삶을 산 것마냥, 영화 속 장면은 나의 추억마냥 뇌리에 새겨졌다.

게임의 규칙(1939)

난장판인 줄거리를 어찌저찌 엮어가는 이 영화는 대단히 현대적이다.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눈을 마주치고, 손을 맞잡고, 너를 내개로 끌어 당긴다. 모든 감정의 시작이요 끝이다. 이를 위해 너는 무엇을 희생했고, 나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 마무리가 절묘한 영화. 확실한 건 잘생기면 모든 문제가 순조롭게 풀린다는거다.

사브리나

나도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배를 타고 파리에 가자.

현기증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한다. 내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있다면! 하지만 소원의 간절함 만큼이나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이 손에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끝난 일은 끝난 것이다. 나에게 미련을 떨쳐버릴 용기가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7년만의 외출

조강현의 추천으로 본 영화. 마를린 먼로가 대단히 사랑스럽다고 한다. 과연 할리우드의 상징적인 장면, 예를 들어 지하철 환풍구에서 치마를 부여잡는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를린 먼로에게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예쁜 여자를 좋아히지만 백치미를 좋아하지는 않고, 스크린에는 어딜 봐도 예쁜 여자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로 사후 50년이 지났는데도 그 매력이 인구에 회자되는 까닭은 생각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현실 세계에 살아있는 배우가 배우 본인과는 다른 누군가를 연기한다는 괴리, 단 한 번의 촬영과 편집으로 영원히 박제되는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헐리우드의 강한 영향력과 대중적이라는 이미지 등등. 이렇게 늘어놓으니 진부하기만 하지만 내 결론은 이렇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실은 그저 먹물만 많이 들이켰을 뿐 정말로 뛰어나지는 못 한 사람들은,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을 낮추어보며 상대적 우월성을 확인하려 한다. 이 모든 게 멍청함을 연기하는 자들의 손바닥 위 놀음에 불과하다는 건 생각치 못한다. 마치 이 영화 속 정신과 의사, 흥미로운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실은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며 이를 숨길 생각도 없는데도, 그를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는 주인공 처럼.

20240128

소년시대

무협이란 무로서 협을 행하는 이야기다. 무로서 행하기에 단순 명료하다. 협을 행하기에 감동이 있다. 드라마 소년시대는 이러한 무협의 기본에 충실하다. 그러나 전형적이지는 않다. 무와 협 사이에는 빈 공간이 많기 때문이다. 사랑과 가족, 시대와 철학, 용기와 희생. 그 외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모든 것이 그 틈을 메우기에 충분하다. 등장인물의 상승과 하강, 그리고 극적인 비상을 쫓으며 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한다.

20240208

파이트클럽

주인공이 하찮은 소리를 지껄이자, 주인공의 추종자들은 말한다.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고선 불알을 발라내기 위해 칼을 든다…

남자의 자격은 태어날 때부터 있던 그깟 불알 두짝 때문이 아니다. 평생 지켜온 신념에 의해 결정된다. 싸움 한 번 없이, 흉터 하나 없이 죽는다면 어떻게 남자라 할 수 있겠는가?

지금은 남자로서의 삶이 경멸받는 시대다. 남자를 남자로 만들었던 모든 가치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야만의 표상이 된 시대다. 하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자들이 주류인 시대인만큼, 현재의 귀결은 당연한 일이다. 나약한 자들의 멸망을 바란다.

20240302

존 윅

a급 배우를 모아 a급 액션을 찍은 b급 영화

20240309

Node.js

우연한 아이디어가 Node.js를 탄생시켰다. 동기는 대단치 않다. 적어도 돈은 아니었다. 그저 ‘이거 좋은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개발자들이 몰려들었다. 물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갔다. Node.js는 크게 성공했다. 성공한 프로젝트는 돈이 된다. 때문에 프로젝트의 지배권을 주장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보기에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픈소스인데, 간판만 갈아 달아도 되잖아? 분쟁은 곧 끝이 났다. 오픈소스는 자유고, 자유는 복종하지 않는다. 자발적인 기여자들의 활발한 활동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은 오픈소스의 시대였다. 이제 AI의 시대가 온다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충분할까? 대부분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개발자들의 자발적인 기여로 성립한다. 물론 개발자들도 사람인지라 무턱대고 무료 봉사를 즐기는 족속은 아니다. 그리고 AI에는 돈이 많이 든다. 다시금 대기업의 지배가 횡행할지, 아니면 또다른 세계가 펼쳐질지, 몹시 궁금하다.

20240323

듄 파트2

어떤 감정은 인류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는듯 하다. 사막의 신비가 바로 그러하다. 광막한 사막에 들어서면 무언가 깨달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 역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며, 소설 연금술사를 읽으며 그런 꿈을 꾸었다. 그리고 십 수 년이 지나 마침내 찾아간 사막에서 내가 본 것은 뜻밖의 광경이었다. 사막에서는 이스라엘 군대가 훈련을 하고 있었다.

듄 파트1이 사막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듄 파트2는 인간의 광기에 집중한다. 거대한 광기 앞에서 자연은 그저 작아질 뿐이다. 사막도, 모래폭풍도, 그리고 샌드웜조차 그렇다. 샌드웜을 탄 광신도 군대가 모래폭풍과 콘트리트 벽을 뚫어버리는 장면에서는 작금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기시감마저 느껴진다. 더 나아가 무앗딥에게서 무함마드의 흔적을 찾는 건 지나친 생각일까? 1만년이 지나도 인류의 유전자에 새겨진 광기는 변치 않을거라는 게 이 영화의 메시지라면 실로 슬픈 일이다.

20240324

양들의 침묵

양은 나 자신이요, 침묵은 무력감이다. 무력한 나는 누군가의 비명을 듣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광기의 힘을 빌려야 한다. 설령 그것이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공포라 할지라도.

20240327

2024년 1분기의 영화

압도적인 취향에 힘입어 파이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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