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에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으나,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두 수컷이 함께 먹고, 자고, 놀고, 다투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한국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높고 긴 돌계단이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오래된 계단 양측에는 산등성이를 따라 쌓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기묘한 경이감을 자아낸다. 힘겹게 계단을 올라서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바로 일제 시대 때 만들어진 경성 야스쿠니 신사의 계단이다. 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백 만의 목숨을 빼앗아야 한다면 이를 평화라고 부를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역사학계의 일반적인 답변은 ‘그렇다’이다. 심지어 그 시대를 살아간 당사자들조차 그렇게 증언했다. 로마 제국이 가장 영광스러웠던 시기인 오현제의 시대, 제국은 평화롭다고 일컬어졌으나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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