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 빌런 고태경
나는 문학이 주는 공감과 위안의 힘을 믿지 않는다. 상처입은 가슴이 귀를 통해 치유를 받았다는 말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가만히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도 분명 높은 이상과 꿈,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있던 시절이 있었지. 그때는 어느 누구도, 어떤 시련도 나를 막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어. 그러나 세월의 풍파와, 돌이켜보니 별 것도 아니었던 작은 좌절들을 겪으며, 지금은 그냥 그런 하루를 살고 있구나. 만약 조금만 더 견딜 수 있었다면, 인내가 필요한 시기에 인내할 수 있었다면, 나는 그 때의 내가 믿었던 나로서 살 수 있었을까.’ 덧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아쉬워 할 자유 정도는 있지 않은가?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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