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의 21세기 통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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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의 업적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는 연준 의장으로서 금융위기의 시대를 극복해냈고, 현대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을 만들어냈다. 한편으로 그는 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이다. 따라서 그가 정리한 현대 경제사는 연준의 향후 행보를 짐작하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만 아니라 1차 사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가 자신이 역사가 되고, 또 역사를 쓴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전작 ‘행동하는 용기’가 버냉키의 자서전이었다면, 본작은 현대 경제사와 연준을 다룬다. 물론 그리 객관적인 관점의 역사서는 아니다. 전적으로 버냉키 자신과 연준의 정책을 변호하는 입장에서 쓰인 역사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2000년대 대침체를 극복한 연준의 업적을 칭송하며 그 공을 기린다. 대형 금융사들이 잇달아 몰락하던 시절, 연준이 과감하게 최종대부자의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금의 미국 경제가 존재하겠는가? 버냉키 자신이 실행했고 지금은 모든 중앙은행의 기본 도구가 된 3대 정책인 inflation targeting, QE, forward guidance가 아니었다면 Zero lower bound의 제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겠는가? 위기 해결사로서의 연준의 신망을 지키지 못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혼란스러웠겠는가? 버냉키와 볼커가 연준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면 어떻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겠는가? 특히 논란이 많았던 QE와 forward guidance에 대해서는 3%의 추가 금리 인하의 효과가 있었다고 강력하게 변호한다.

한편으로 그는 연준의 한계를 인정하며 금융위기 당시의 혼란과 연준의 무능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리만 브라더스를 파산시키고 AIG를 구제한 직후에도 연준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서브프라임 MBS는 채권 시장의 1% 미만에 불과했고, 당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신용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파멸했음에도 그러했다. 버냉키 자신이 대공황의 전문가이자, 대공황에 대한 현대적 이해를 밝힌 학자임에도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자신의 오판을 인정한다. 신용 시장과 자산 시장의 동시 붕괴는 경제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면에서는 자서전이었던 전작보다 더욱 자아 비판적이다.

이상의 성찰은 모두 역사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통하여 미래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2022년 코로나 인플레이션의 초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발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곧 진정될 것이라 예견한 점에서 그의 통찰력은 믿을만 하다. 극히 인상적인 주장은 이렇다. 신용 시장과 자산 시장이 3년간 급등하면, 향후 3년간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그렇다. 모두 한국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2024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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