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 지역 여기도 침략전쟁의 흔적이 그렇게 많아?
어린 시절의 일이다. 외가집 인근의 망운리 옆 길에는 이상한 헛간이 늘어서 있었다. 시멘트 혹은 콘트리트로 만들어진 둥근 지붕의 헛간이었다. 헛간 안에는 경운기 혹은 농자재 등이 보관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이 헛간의 본래 용도를 잘 알고 계셨다. 일제 시대 때 이 곳에 일본군의 공군 기지가 있었고, 시멘트 헛간은 비행기 보관소였다는 것이다. 내가 어릴 적에만 해도 일제 시대에서 비롯한 모든 것은 일제 잔재라 하여 때려 부수는 것이 능사인줄 알았다. 옛 중앙청(조선총독부 건물)의 운명이 그 시대의 전반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망운리에는 일제 시대의 건물이 요긴하게도 잘 쓰이고 있었다.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사람들이 이 헛간의 존재를 알게 되면 일제 잔재 청산이랍시고 때려 부수려 들지 않을까? 다행히도 모두의 무관심 속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서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이제 일제 잔재도 포용하고 연구하는 아량을 갖춘 시대가 왔다. 이 책에서도 망운리 비행장을 짧게 소개하고 있어 반갑다. 이 시대에 대하여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202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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