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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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동화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같으나,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나눴다. 두 수컷이 함께 먹고, 자고, 놀고, 다투기 위해서는 대화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한국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나눈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의사소통에 대한 상호간의 진지한 열의 덕분이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동물에게 자아가 없다는 주장은 우습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동물은 각자 스스로와 세계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고양이도, 코끼리도, 늑대도, 범고래도 그렇다. 심지어 미물처럼 보이는 곤충들마저 서로의 아픔에 공감한다.

자아가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면 인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인간은 다른 종보다 우월하다는 류의 주장이 현실을 압도하는 현상이야말로 인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특징이다. 반면 인간 외의 동물들은 예외없이 극단적인 현실주의자로 보인다. 그들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인다. 반면 인간은 현상과 주장을 혼동한다. 인간의 이러한 특징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한없이 인간적인 면모일 뿐이다.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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