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짬뽕, 위태로움의 매력
나는 짬뽕이라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짬뽕의 주류인 해물 짬뽕은 더욱 그렇다. 비린 맛을 매운 맛으로 가리고, 매운 맛을 비린 맛으로 감추는 모양새가 영 못마땅하다. 아마도 분명하고 명쾌한 것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 때문일 터이다.
하지만 간혹 위태롭게 서있더라도 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있다. 마치 칼날 위에 오른 것처럼. 그런 모양새라면 어찌되었건 찬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고작 짬뽕에다 이런 미사여구를 붙이는건 다소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이나 내가 즐겨찾는 곳이 있다. 영등포 모처에 있는 파파짬뽕이다. 손님이 너무 늘면 맛이 없어질까 두려워 자세한 위치는 적지 않는다.
이곳 짬뽕의 미덕은 이렇다. 매운 국물로 먹는 이의 혼을 빼놓으면서도 육수의 부드러움을 살짝 드러낸다. 조미료가 뿜어내는 자극을 극한까지 치달아내면서도 배추 한 토막의 아삭함으로 이를 달랜다. 쓸데없이 가짜 홍합껍질로 번거롭게 하지 않으면서 틈틈히 돼지고기를 씹는 맛을 베푼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재료가 매일 조금씩 바뀌고, 맛 또한 변동폭이 상당하다. 그야말로 위태로운 맛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늘은 어떤 맛일까 기대하는 즐거움이 있다. 결국 위태로움이 매력이 된다. 때문에 늘상 가도 질리지 않는다.
그리고 뻔한 이야가 하나를 덧붙이자면, 누구와 함께 먹느냐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즐기는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건 즐거운 일이다. 아마도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기쁨 중 하나이리라. 이 자리를 빌어 나와 함께 맛있게 먹어준 소중한 사람들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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