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과 생각에 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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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란 무엇일까? 단비.ai 프로젝트를 할 때부터 든 생각이다. 단비.ai 프로젝트의 목표가 ‘챗봇을 만드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대화하는 인공지능, 챗봇이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이야기를 진척하기 앞서 챗봇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짚어보자. 챗봇이 하는 일이란 사용자의 말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답이나 질문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자의 말을 이해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를 위하여 가장 중요한 지점은 ‘단어’이다. 무슨 단어를 내뱉었는지를 분석하면 어떤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그 주제에 관하여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이거나 챗봇의 영역을 넘어선다. 대답도 중요한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테지만, 그 대답이라 함은 대개 이미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어 있는 것을 뽑아내거나, 구글 등 다른 검색 엔진을 연결시켜주면 그만이다. 검색된 데이터를 처리하여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판단과 선택은 챗봇 너머의 문제가 된다.

어떤가. 실망스러운가? 적어도 나는 그렇다. 내가 기대하는 인공지능이란 이런게 아닌, 좀 더 복잡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물론 챗봇은 혁신적이다. 말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다. 그리고 놀랍도록 잘 동작한다. 적어도 이미 알고 있는 단어에 대해서는 그렇다. 마치 인간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의 고민은 이 점에 있다. 단순한 인풋과 아웃풋만으로도 챗봇이 인간에 근접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챗봇이 인간 수준이거나, 인간이 그 수준이거나. 하지만 뭐가 됐든 크게 중요치 않다. 즉, 대개의 사람들이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의 수준이란 대개 이 정도라는거다. 상대방이 무슨 단어를 말하는지, 그 단어와 관련해 원하는게 무엇인지 확인한 후, 머리 속에 들어있는 정보를 내뱉는다. 복잡한 정보 처리같은 어려운 작업은 없거나 드물다. 그렇다면 고작 챗봇 수준의 인간이란 대체 무슨 소용인가? 사람은 값비싸고 챗봇은 값싸다. 그리고 인간 역시 고수준의 정보처리능력을 탑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이쯤되면 나 역시 꿈에서 깰 때가 되었다. 그러니 진부한 선언으로 이번 이야기를 끝마치련다. 이제 고작해봐야 챗봇 수준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은 도태당할 것이다. 챗봇 이하는 말할 것도 없다. 뻔한 인풋과 아웃풋, 혹은 그조차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곧 비탄의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고 결단하는 능력은 더욱 귀하게 여겨질 것이다. 어쩌면 꿈같은 몽롱함이야말로 인간의 증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흐리멍텅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모호함 속의 날카로움이라는 모순을 체현하면 좋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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