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 배우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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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지인의 강력한 권유로 살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간 나는 춤과 인연이 전혀 없었다. 혼란스러웠던 세기말, 그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해봤다는 HOT와 GOD의 춤조차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내심 내가 잘 할거라는 자신은 있었다. 그간 운동해온 가락을 믿었기 때문이다. ‘사람 팔다리 관절 생겨먹은게 다 비슷한 이상, 별다른거 있겠어?’

하지만 강습 3주차에 이르자, 고통스러운 진실을 더이상 피할 수 없었다. 춤에 대한 나의 재능은 평균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이제보니 그 잘난 운동하던 가락이라던게 죄다 끔찍한 짐덩어리였다. 어떻게 움직이든 지금껏 운동하며 몸에 밴 동작이 튀어나오는데, 이게 어설픈 살사 동작과 결합하니 끔찍한 혼종의 춤이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단 한 가지 확신은 있었다. 바로 이렇게 춤을 추면 안된다는 것. 그러다보니 매 동작마다 이게 맞게 추는건지 어떤건지 알 수가 없어 자신감을 잃고 허우적대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끝인가 싶었는데…

뜻밖에도 초급반 공연팀에 합류하고야 말았다. 도의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 2달간의 강습이 끝나면 수강생들 중 지원자를 받아 공연을 하는데, 여성 지원자에 비해 남성 지원자가 크게 부족했던 것이다. 그간 함께 해온 정이 있는데 어찌 외면하겠는가. 꼴사나운 나의 실력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었다. ‘공연이라 해봐야 그간 배운 동작들을 잘 연결해서 추는걸테니, 하다보면 어찌어찌 되겠지?’ 이게 멍청한 생각임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초급반이라도 공연은 공연. 당장 첫 시간부터 여태 듣도 보도 못한 고난도 안무의 연속에 나는 나의 팔 다리가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몰랐다. 허둥지둥대며 첫 공연 연습을 끝내고나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달리 무슨 수가 있겠는가. 재능이 없다면 노력하는 수밖에. 나는 모든 안무를 지금 당장 외워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무튼 다 외워서 따라하면 똑같이는 못하더라도 비슷하게는 하겠지?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동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매 초 마다의 춤동작을 외웠다. 그러고 있노라니 고작 10초의 안무를 몸에 익히려면 1시간이 연습이 필요했다. 다 끝내니 새벽 3시였다. 끔찍한 효율에 신물이 올라왔다. 그래도 소득은 있었다. 더이상 손발을 어디에 둘지몰라 갈팡질팡하지 않았다. 이제는 외운대로 하면 된다. 항상 외운대로 몸이 움직여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원칙은 섰다.

그렇다고 당장 고수가 된 건 아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동영상만 보며 동작을 외웠으니 애시당초 잘못 외운 것들 투성이였다. 몸에 밴 다른 운동의 거친 동작들 역시 쉽게 교정되지 않았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살사의 아름답고 미묘한 선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제야 하나씩 교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었다. 내가 늘 하던 정해진 원칙이 틀렸다면, 다음 번에는 다른 원칙을 세워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2주간 밤을 새워 연습했다.

그리고 결국 공연의 날은 왔고, 나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모든 동작을 해냈다. 내게 찾아온 것은 충실감, 그리고 감격스러운 고양감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춤의 대가가 되었냐고? 물론 그럴리가 없다. 내가 춤추는 선은 여전히 끔찍하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질거라는 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원칙대로 움직일 것이고, 그게 틀렸다면 고칠거니까. 물론 쉽지 않을 것이고, 가까운 시기 안에 될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춤추는게 재밌으니까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 끝으로 공연에 이르기까지 나와 함께 해준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함께 춤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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