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이 국산이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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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새마을금고에서 일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이 친구는 동네의 작은 지점에서 일을 하는데, 이런 곳이 흔히 그렇듯 긴급한 업무만 얼른 보러가는 찬바람 부는 그런 은행이 아니다. 오히려 할일없는 동네 주민들이 들러 한 수다 떨고가는 마을 경로당 겸 사랑방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은행 창구에 앉아 가만히 보고 있자면, 할아버지 및 아주머니들이 호호탕탕 잡담하다가 가끔씩 무언가 비밀스러운 고급정보라도 있는 마냥 서로의 귀에 속삭이는데, 그 모습이 자못 볼만하다고 한다. 내 친구도 가끔씩 업무 중 부득이하게 이들 사이에 끼는데, 시덥잖은 뜬소문과 터무니없는 헛소리의 향연에 황당해하면서도 제법 맞장구를 잘 쳐주어 동네 주민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어느 날 하루는 이 친구가 손님이 통 없어 파출부 일을 하시는 아주머니의 잡담 상대가 되어 주었다. 잡다한 대화가 절정에 달하여 더이상 아무 말도 필요없이 눈빛 만으로 서로 통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어느 순간, 이 파출부 아주머니가 문득 비밀스럽게 속삭이는 것이었다.

내가 요새 재테크를 좀 하는데, 리플이라는게 있어. 국산이라 참 좋아~

라 하시며 매수할 것을 긴히 추천하시는 것이었다.

대관절 가상화폐가 국산이라 좋을 것이 무어 있단 말인가? 심지어 애시당초 리플은 국산조차 아니지 않은가? 이런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꾸물거리는 동안, 파출부 아주머니는 이제 오늘의 소임은 다 했다는듯 수줍게 웃으며 떠나가셨다. 우리는 이제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한 사이임을 뜻하는 미소를 지으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친구는 가상화폐 붐도 조만간 끝나겠구나 확신했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나서 3개월이 지난 지금(2017.12.28), 리플을 비롯한 가상화폐들은 그 가격이 적으면 3배, 크게는 수백 배 치솟아 올랐다. 오늘도 나와 그 친구는 인간이 지닌 탐욕의 힘을 과소평가했음을 씁쓸히 반성하며 원화를 채굴(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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