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언어도 통역이 되나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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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시골의 우리 집 헛간에 눌러 살던 고양이 모녀가 있었다. 마침 방학이라 시간도 많았던지라, 그늘에 앉아 고양이 가족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나의 일과였다. 처음에는 나를 몹시도 경계하던 고양이 가족이었지만, 곧 기묘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고양이 쪽에서 내게 먼저 다가오는 일은 없었고, 나 역시 고양이 가족에게 생선뼈 하나 던져주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종일 서로의 눈을 바라다 보다 본체만체 하기를 반복하는 사이, 서로에게 제법 익숙해졌던 것 같다. 어미 고양이는 꼬리를 휙휙 움직여 새끼 고양이와 놀아주다가도 커다란 눈을 꿈뻑꿈뻑 감아가며 잠이 들기를 잘했는데, 나는 장난으로라도 그런 짧은 졸음을 방해하지 않았다. 가끔은 어미 고양이가 사냥이라도 나가는지 새끼 고양이를 재워두고 사라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사 새끼 고양이를 구해줄 심산으로 멀찍이서 지켜보았다. 다행히 별 일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고양이 가족은 떠났고, 나 역시 마당이 있는 시골집을 떠나 도시로 갔다. 그때의 일은 까마득히 잊혀졌다. 몇 년이 지난 후, 시골집에 잠시 머무를 일이 있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걷고 있는데, 저편 장독대 위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보였다. 가만히 선 채로 나를 바라보는데, 내가 가까이 다가서도 도망치지 않고 냐옹냐옹 거리기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양이가 담장 너머로 훌쩍 뛰어 사라질 때 - 담을 넘기 직전에도 나를 한 번 뒤돌아보았다 - 에야 나는 비로소 그 때 그 새끼 고양이였음을 알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고양이말연구회. 2017. 고양이 언어도 통역이 되나옹. 혜원 옮김. 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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