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 - 2017년 인하공전 축제
인하공전 축제 마지막 밤, 공연 무대의 최후를 장식하고자 온 선미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나 역시 기꺼이 함께 했다. 어떻게든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건장한 청년들과 부비적거리며 어찌어찌 다다른 곳은 무대 앞 15미터, 아쉽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거리였다. 그녀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수 초 후, 뭇 남성들의 머리와 어깨 사이로 그녀가 언뜻 보이기 시작했다. 선미가 예쁘다는 생각은 그녀의 데뷔 이후 십년 넘게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건만, 다 잊혀졌다. 아름답다. 그 이상은 생각나지 않았다. 곧 노래가 울리기 시작하자 낮고 거친 함성과 함께 모두의 팔이 일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들 치켜든 손에 폰을 들고 있었다. 어짜피 그냥은 앞 사람에 가려서 도저히 볼 수 없으니, 폰의 카메라에 비치는 화면을 통해서라도 선미를 보려는 열망 때문이었다. 수 천명의 스마트폰이 숲처럼 빛나며 흔들리고 있었다. 오로지 단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향한 열망으로.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아름다움은 천재성의 한 형태다. 아니, 다른 어떤 천재성보다 우월하다. 달리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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