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의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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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극히 오만한 인간이다. 때문에 동물에 대한 모든 연구는 결국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엇을 볼 수 있는지는 오로지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전적으로 갈린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은 동물의 세계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밖에 없다. 이 책이 다루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세상 모든 것에 구구히 따지며 늘어놓으며 지식을 뽐내지만, 사실 여태껏 뱀장어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는지조차 모른다. 그런 주제에 눈에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죄다 제멋대로 판단하려 한다. 꼴보기 싫은 하이에나와 느려터진 나무늘보는 살아 숨쉬는 대죄라 여긴다. 펭귄과 판다는 더없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더 말해봐야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하는 것을. 결국 오해의 동물원은 온갖 인간군상의 동물원이자, 욕망과 오만의 동물원이다. 하지만 결코 읽기에 거북한 책은 아니다. 늘 웃음과 유쾌함을 잃지 않고 조금씩 더 나아간다면, 더 많은 오해를 풀고 진실에 다가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과학사 책을 원하는 분께 추천한다.

20181101

Lucy Cooke. 2017. 오해의 동물원. 조은영 옮김. 곰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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