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나는 글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제법 많이 읽는 축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아무튼 늘 무언가를 읽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주제는 대개 정해져 있다. 경제, 역사, 과학이 대부분이고, 문학류는 거의 읽지 않는다. 수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실용적인 글만 찾아본다는거다. 자연히 내가 쓰는 글도 비슷하게 따라가, 단 한 글자라도 돌에 새기듯 쓴다. 이렇게 힘이 빡 들어간 글쓰기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민첩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널뛰기하는 나의 생각을 붙잡질 못한다. 이러한 차에 에세이집,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는 신선하다. 얼핏 보기에 남들은 그다지 궁금하지도 않을 잡글이 한가득이다. 그렇다고 무가치하지는 않다. 곱씹어 볼 글들이 제법 있다. 물론 이 책은 경건한 자세로 읽기를 강요하는 그런 책은 아니다. 그다지 공감도 가지 않는 경험과 주제 의식으로 훈계하듯 글쓰는 수많은 작가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명확하다. 쓰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되, 어찌 받아들일지는 독자가 정한다. 글쓰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면 즐겁게 읽어볼만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잡글을 시간들여 읽을 수 있느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74p의 [평생 이어질 ‘좋은 기분’]만으로도 일주일 내내 생각할 거리는 충분하리라 답하고 싶다. 분명 ‘매우 조용한 충실감,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자는 쇼핑을 좋아해, 민음사, 2017, 무라카미 류, 권남희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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