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좌석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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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긴 시간 통근을 한다는 것은 꽤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대체로 만원이고, 비좁고, 덥다. 그렇게 전철을 타고 내리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서있노라면, 좌석에 앉아가는 승객들을 절로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앉아서 갈 심산으로 일찌감치 출근을 시작하여 자리에 앉아 가만히 책을 보고 있노라면,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전철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해지고, 좌석도 가득찬다. 전철의 좌석은 칸막이가 없기에 좌석 간의 경계가 모호한데, 겨울철이면 두텁게 껴입은 옷이 승객들의 덩치를 키워 자리가 더욱 비좁아진다. 운 나쁘게 남자 승객 사이에 끼어 앉기라도 하면 그들의 어깨 사이에 내 어깨를 끼워넣기조차 어렵다.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등받이에서 한참 떨어진 좌석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야만 한다. 서 있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 또한 보통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침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좌석 끝에 매달려 책을 읽고 있는데, 전날 늦게 잔 탓인지 몹시 피곤했다. 등받침대에 기대지 않으니 자연히 허리는 굽어지고, 비몽사몽 중에 허리가 새우처럼 휘었는지 어떤지도 모른채 철컹철컹 하는 전철의 리듬에 맞춰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행히 내릴 역은 놓치지 않아 출근에 성공할 수 있었지만, 회사의 내 자리에 앉아 잠시 업무를 보자니 허리의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조금만 굽혀도 통증이 온다. 아마도 전철에서 허리를 삐뚫게 하고 졸았기 때문일테지, 라고 혼자 생각하는데, 언제쯤 이런 출퇴근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런지를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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