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도토리
물리학자이자 시인이었던 메이지-다이쇼 시대 일본인의 수필집. 담담하게 자연과 사물과 인간을 관찰하며 묘사한다. 수필에서 흔히 볼법한 감정의 과잉은 없다. 그렇기에 괜한 방해없이 그의 눈에 비치는 광경을 바로 눈 앞에서 보는 듯 빠져든다. 그렇다고 결코 무미無味하지는 않다. 그의 글에는 행간마다 대상에 대한 애정이 배어있다. 좋은 글이 많았지만, 유독 인상깊었던 문단 하나를 옮겨본다.
<도토리> 민음사, 2017, 데라다 도라히코, 강정원 옮김 도토리>나의 과거 기록에 올라야 하는데 아직 오르지 않은 것으로는 세 마리의 집고양이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리움의 고장에서 이들 가축은 사람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입도 벌리고 말도 한다. 이쪽의 마음도 그대로 잘 통한다. 죽은 사람에 관해서라면 아름다운 추억일지라도 쓴맛을 지니기 마련인데, 이들 가축의 추억에는 결코 쓰디쓴 뒷맛이 없다. 그것은 역시 그들이 사는 동안에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p147. 과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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