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heel of Fortune - Macbe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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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Shakespeare. Macbeth. – Wheel of Fortune

나는 예전 119에서 일하며 많은 망자를 보았다. 죽음의 양상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공통점이 없지는 않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쉽게 죽었고, 표정이 없었다. 심지어 그들의 입매에는 희미한 공허함마저 걸려있었다. 아마도 여기엔 나의 마음이 투영되었기 때문이겠지만, 고대 이집트인들은 죽음을 가리켜 ‘진실한 소리’라 말하지 않았는가. 『Macbeth』, 셰익스피어의 저 유명한 작품에 드러난 통찰이 옳다면, 인간이 마지막에 지을 수 있는 표정이란 의례 그런 걸지도 모른다.

『Macbeth』는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피비린내 나는 이야기다. 전쟁 영웅 맥베스는 자신이 왕이 될 거란 예언을 듣는다. 양심과 야심 사이에 갈등하던 그는 왕위를 찬탈하고, 두려움과 죄책감에 폭군이 된다. 마침내 자신의 부인은 미쳐 죽고, 맥베스는 그간 자신이 살해한 자들의 유족의 군대와 싸우다 살해당한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385"] Macbeth![/caption]

 

이는 일견 무자비한 야심가의 당연한 최후를 다룬 뻔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러나 결코 그렇게 단순히 읽히지 않는다는 데서 맥베스의 묘미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 속에서 인간 본성과 운명의 밑바닥을 어루만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맥베스는 최후의 전투에 임하며 이렇게 외친다. “I’ll fight till from my bones my flesh be hack’d[MAC.5.3.32] 그는 끝없이 싸우고 싸운다. 마침내 최후마저도 싸우다 죽는다. 설사 상대가 자신을 죽이도록 운명 지워진 상대, 망자에게서 태어난 자라도 그러하다. 투쟁하는 자, 셰익스피어가 바라본 인간이란 존재는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셰익스피어가 통찰한 인간은 다만 투쟁할 뿐인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맥베스는 고뇌하고 번민한다. 그 이유는 우선은 야심이었고, 그 후에는 안전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인간인 이상 이러한 욕망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자가 누구겠는가. 하지만 그것들이 양심과 충돌하기에 모든 모순이 시작된다. 그의 결심은 통렬하다. “Each corporal agent to this terrible feat. Away, and mock the time with fairest show[MAC.1.7.80]” 고통 받는 양심은 처음에는 망설임과 주저함으로, 뒤에는 용서받지 못 할 폭거로서 드러난다. 그리고 마침내 맥베스가 광기 어린 집착 끝에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의 모습은 한없는 비감으로 다가온다. 그가 겪은 좌절은 바로 독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인간 본성의 복잡미묘함을 짚어낸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425"] 운명의 세 마녀[/caption]

독자들은 이렇게 맥베스에게 빙의하여 함께 변화무쌍한 운명에 휘말린다. 마녀의 제안은 느닷없었고, 맥베스에게 제시 된 건 미래에 대한 헛된 희망과 모호한 전망 뿐 이었다.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돌이킬 수 없는 악을 낳고, 단 한 차례로 끝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모든 일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악의 크기는 죄책감과 더불어 커져갈 뿐이다. “My way of life is fall’n into the sear, the yellow leaf[MAC.5.3.22-23]” 시들어 버린 낙엽처럼 계속된 투쟁,의심, 죄책감, 반복의 끝에는 패배와 죽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가 인식한 인간의 운명이란 그런 것 인가. 운명에 따른 최후가 명백해 보이는 자는 맥베스와 그의 부인 뿐이라는 점을 근거로 하여, 운명의 질곡은 단지 맥베스 일가의 사정으로만 한정 지을 수 있을지 않을까.

그러나 희망찬 면책은 쉽지 않을 듯 하다. 맥베스를 살해하고 새로운 왕이 될 맬컴이 맞을 운명 때문에 그러하다. 그는 이미 자신이 지닌 모든 부덕과 걸어야 할 길을 알고 있음에도 맥베스가 밟은 과정을 다시 거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것이 모든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결국 Wheel of fortune 아래 인간의 운명은 반복한다. 그것도 부질없이 말이다. “It is a tale told by an idiot, full of sound and fury, signifying nothing.[MAC.5.5.26-28]” 인생이란 맥베스의 말처럼 소음, 광기 가득한데 의미는 전혀 없다. 셰익스피어도 말했듯, 마치 허공을 가르는 칼처럼.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346"] The Wheel of Fortune[/caption]

 

다만 이상의 과정들은 급작스럽게,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순간에 다가온다. 부질없는 투쟁과 번뇌가 인간의 숙명임을 깨달았을 때,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다가온다. 인생은, 운명은 비극이며 너 역시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사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모든 것이 이토록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운명의 질곡을 결코 끊을 수 없는가. 여기에 답할 수 없을 때, 인간의 삶은 진정으로 비극이라는 결론으로 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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