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과 머저리
영화 버닝과 유사하지 않냐는 평가에 궁금하여 읽었다. 과연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현실과 꿈이 구분이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 되는데, 이 간극을 해소할 길이 없다. 독자는 흩어진 현실과 환상을 뒤적여 원하는 방향으로 취사선택 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버닝에서는 이제야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병신과 머저리에서는 소설을 태워 버린다. 드디어 오랜 고통의 근원을 마주할 수 있었기에 불태워 버렸건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는 다시 튀어나와 방심한 나의 가슴에 총을 갈긴다. 과거가 켜켜이 쌓여 내가 되었는데,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뚫린 가슴은 뚫린 채로 있을 뿐이다.
이청준(2001), 『병신과 머저리』, 열림원.
EOD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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