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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 책 안에서 최근에 읽은 책 2권이 언급되었다. 진화생물학에서의 열렬한 적응주의자로서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언급은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로버트 실러에 대한 언급은 뜻밖이었다. 저자와 함께 예일대 교수를 하고 있는 이웃인지라 함께 자주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열정적인 연구자답게 저자 리처드 프럼과 실러는 식사 중 자주 학문적 의견을 교환하는데, 이 책의 주된 논지인 ‘진화는 적응적 이점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선호에 의해서도 작동한다’는 주장과 적응지상주의자들의 극심한 반발에 대하여 실러는 이렇게 평가한다. 아름다움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는 단순 명쾌한 논리를 거부하고, 진화에는 적응적 이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불필요한 논증을 쌓아올리는 모습이, 마치 화폐의 가치를 그 자체로 인정하지 못하고 금이라는 근거 없이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금본위주의자의 집착과 닮았다는 것이다.

‘아름다움 자체도 강력한 진화적 동력이다’는 논지에 동의하고 나니, 여태껏 진화생물학에서 느꼈던 불편함, 즉 모든 형질에 ‘반드시’ 적응적 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답을 정해놓고 논리를 전개한다는 느낌이 드디어 걷혔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원인 혹은 그럴듯한 설명을 찾는답시고 불필요한 원인을 만드는 짓을 나 역시 여태껏 얼마나 많이 해왔던가? 어떤 현상에 앞서 ‘아직 설명하지 못했다’는 상태를 견디는 일, 그리고 불필요한 설명을 쌓아올리지 않는 자세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귀무가설의 강력함, 혹은 무리한 설명을 보류하는 태도의 유익함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리처드 프럼. (2019). 아름다움의 진화. 동아시아. 2019.

EOD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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