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우스 로마사(6~10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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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인으로부터 로마를 탈환하고, 3차 삼니움 전쟁에 이르기까지를 다룬 책. 로마는 끊임없이 싸운다. 에트루리아인과 삼니움인, 그리고 그보다 약한 수 많은 부족들과 싸운다. 귀족 계급과 평민 계급의 싸움 역시 외적과의 싸움 이상으로 격렬했다. 어찌나 쉬지 않고 싸우는지 로마인 자신들조차도 이렇게 말한다. 평민이 귀족에게 평민 계급의 권익을 주장할 때마다 전쟁이 일어난다고. 사실 귀족들이 평민의 입을 틀어 막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거 아니냐고.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자인 리비우스 뿐만 아니라 누구도 답하지 않는다.

아무튼 로마인은 쉼없이 싸운다. 그리고 학살이 계속 된다. 로마인이 행한 약탈과 파괴가 얼마나 극심했던지, 한 때는 당당하게 로먀인과 승부를 겨루던 삼니움족조차도 끝내는 절망과 좌절에 빠져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만다. 그렇게 로마는 사실상 온 이탈리아를 파괴한다. 이 과정을 읽고 있노라면 갈리아 전기에서의 학살은 우스울 정도다. 갈리아 전쟁은 불과 10년을 끌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로마의 이탈리아 전쟁은 수 백년간 계속되었다.

이토록 거대한 원한을 쌓았던만큼, 로마는 모든 전쟁에서 필사적이다. 독재관이 거듭 지명되고, 도시의 모든 남자가 전쟁터로 향하는 총력전이 반복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로마인이 패전한 다른 부족의 도시를 수없이 멸망시켜왔던 만큼, 로마가 패한다면 이는 곧 도시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로마와 경쟁하는 도시와 부족들과의 거리가 멀지도 않다. 로마와 끝나지 않을듯이 전쟁을 벌이던 볼스키족의 본거지는 로마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모두 가까이는 걸어서 몇 시간, 멀어도 몇 일 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들이다. 사실상 모든 도시가 생존을 걸고 서로에 대한 투쟁을 벌였다. 끔찍한 일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그리스인 등의 다른 종족들이 이탈리아인을 가리켜 야만스럽다 함도 무리는 아니다. 심지어 로마인들이 야만스럽다고 비난했던 갈리아인과 게르만인들조차 전쟁과 그에 뒤따르는 조직적인 대랑학살이라는 관점에서 로마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나는 후에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다름아닌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20191208

리비우스. 이종인 역. 2019. 리비우스 로마사 2. 현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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