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일지 -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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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었다. 늘 그렇듯 아주 간단한 개발 요청이 한 건 들어왔고, 나는 몇 분 만에 기능을 구현했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방금 손을 보았던 그 기능의 바로 옆에 있는 기능이 더이상 정상 동작하지 않았다. 오류 메시지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안 돌아가는 기능이었던 것처럼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데이터가 쌓여있는 모양새로 보아 그 기능이 정상 동작하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오류의 원인을 금새 발견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이럴 때는 얼른 원상복구를 하는 편이 답이다. 하지만 원복을 해도 여전히 문제의 오류는 해결되지 않았다. 원복이 제대로 되지 못한걸까? 수 차례 재확인하고 재원복을 해봤으나 소용없었다. 바뀐게 없다면 문제도 없어야 옳다. 지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다. 머리를 쥐어 뜯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내게는 이런 경험이 몇 번 있다.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듯 보여도, 파일 비교 도구나 버전 관리 도구 조차도 잡아내지 못하는 변경사항이란 분명 존재한다. 파일의 인코딩 방식이라든지, 파일 끝 부분의 공백이라든지, 뭐든 좋다. 아무튼 개발이란 대단히 미묘한 것이니까 뜻밖의 놀라운 일이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해결책이란 아주 단순하다.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된다. 이미 만들어봤던 것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되고,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가 된 기분, 희롱당한 기분을 느낀다.

오늘도 문제는 그렇게 해결되었다. 새로 추가한 기능도 당연히 잘 돌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못하다. 내가 개발을 생업으로 택한 이유는 오늘처럼 답을 알 수 없는 상황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아니면 우아하지 못한 해결책이라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씁쓸하다.

202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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