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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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체는 단명하나 근성은 영원한 것’. 김성모 만화가 근 30년간 내세우던 주제 의식이다. 김성모는 이 강렬한 메세지를 쉼없이 남발한다. 전달의 과잉이다. 덕분에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이 가지는 숭고함은 일종의 쌈마이한 허세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는다.

 하지만 김훈의 이 소설은 다르다.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 한 마리 ‘개’로서, ‘주견공’은 모든 것을 담담히 감내해낸다. 개로서는 이하할 도리가 없는 인간 세상의 규칙도, 자연의 일부로서 마주하는 섭리도, 그저 ‘단단한 발바닥’으로 견디어 나간다. 도망칠 이유도, 숨을 필요도 없다. 그저 의연할 뿐이다. 김훈은 이로서 이상적인 삶의 한 형태를 그려낸다. 다만 외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김성모와 김훈, 둘은 모두 내가 아끼는 작가다. 나는 그들이 제시하는 가치에 동감한다. 하지만 주제 의식의 전달력에서 김성모의 방식에는 아쉬움이 있다. 상업만화라는 매체의 한계 때문일까? 아무튼 그들의 작품은 늘 기다려진다.

20200704

김훈, 2005,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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