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소설론-허상과 불가능, 무심한 그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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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소설론-허상과 불가능, 무심한 그의 한마디

 

은희경은 현존하는 가장 탁월한 소설가 중 한 명이다. 아직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앞으로도 수십 년은 그러하리라 기대되는 작가임에도 이미 여러 논문들이 그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설가로서의 은희경을 특별하게 하였는가. 본고는 은희경의 소설 『타인에게 말걸기』[1]와 그의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을 중심으로 이를 살피고자 한다.

은희경의 소설 『타인에게 말걸기』는 군더더기 없는 연애소설이다. 허나 일찍이 인간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문학이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하기 시작한 이래로 더없이 많은 소설이 연애를 다뤘기에 탁월한 구성, 절묘한 상징만으로 어떤 작가를 가리켜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본고는 그의 사랑에 대한 독특한 인식에 주목하였다.

‘내가 거울 속의 像이 아닌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기쁨 혹은 두려움이 나를 그 길로 가게 합니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사랑을 원하는 것, 비록 그것과 같은 도정이라 해도…’[2]

그의 말대로다. 눈 앞의 현실이 실은 허상이 아닌가 의심하는 그의 불안, 그리고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혹은 내일이라도 당장 깨뜨려야만 할 순정일지라도 해야만 하는 사랑이 은희경 소설의 소설 속에서 반복된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3]은 모두 사랑을 한다. 그러나 사랑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속절없이 남자들을 사랑한다. ‘삶은 순정 아니면 농담’[4]이라는 그의 선언 속에 주인공들은 방황한다. 이러한 작가 특유의 냉소와 모든 진정성에 대한 비웃음은 현대 사회를 날카롭게 관통한다. ‘스스로 원하던 일을 마쳤다는 만족감’[5]은 아마도 이러한 사회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리라.

그가 제기하는 일련의 불편함. 그것이 독자들의 가슴을 파헤쳐 놓음으로써 그의 소설은 그만의 특별한 지위를 얻었다.


 

[1]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문학동네, 1996.

[2] 은희경의 1998년도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 중에서. 『1998년도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아내의 상자』, 문학사상사, 제22호, 1998. 2, pp.395.

[3] 은희경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미모나 개성을 지니지 않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익명화된’ 개체들이다. 고미숙, 『비평기계』, 소명출판, 1999.

[4] 은희경, 『새의 선물』, 문학동네, 1995, pp360.

[5]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문학동네, 1996, p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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