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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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물 속을 떠나보지 않은 물고기가 물에 대하여 헤아릴 수 있을까. 익숙함이란 그런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이 원래 그러했던 것처럼, 당연히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만든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이 괴리가 분노와 환멸을 일으킨다. 그 결과는 황폐함이다. 마치 숙명같다.

하지만 어쩌면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만이라도 주위의 익숙함을 달리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타인의 입장을 헤아려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늘 하던 관성에서 벗어나 생각을 다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 해도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이것이 아마도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가장 아름다운 가르침이리라.

적어도 물 밖으로 내팽개쳐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David Foster Wallace. 2005. 이것은 물이다. 김재희 옮김.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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